기사 계급 및 유래, 그리고 역사 속 기사단
기사(Knight)는
중세 유럽의 기마 전투원을 지칭하는 용어에서 유래하여, 점차 하급 귀족에게 주어지는 작위이자 사회적 계층으로 자리 잡은 존재이다. 이들은 봉건제 사회의 핵심적인 군사력이었으며, 영주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그 대가로 토지(봉토)를 받아 생활했다.
기사는 단순한 군인을 넘어, '기사도'라는 특유의 행동 규범과 윤리관을 따르는 명예로운 신분으로 여겨졌다. 전쟁 시에는 강력한 중장갑과 기마술을 바탕으로 전장을 지배했으며, 평시에는 영지의 치안 유지, 영주 대리인으로서의 행정 업무, 분쟁 조정 등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했다.

기사의 유래
기사의 기원은 고대 로마의 에퀴테스(Equites) 계급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중세 기사의 모습은 8세기 프랑크 왕국의 카롤루스 마르텔이 창설한 중장기병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10세기 농업 혁명으로 인한 생산력 증가는 잘 훈련된 전문 군인 계층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11세기 말, 노르만 기사들의 군사적 성공과 제1차 십자군 원정은 기사의 명성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시기를 거치며 기사는 단순한 병과(兵科)의 명칭을 넘어, 유럽 사회의 지배 계층을 구성하는 중요한 신분으로 확립되었다. 영어 'Knight'의 어원은 '하인'이나 '청년'을 의미하는 고대 영어 'cnihthād'에서 왔으나, 1100년경부터 군사적 의미가 부여되기 시작했다.
기사의 계급
중세 기사 계급은 현대 군대처럼 명확하게 정의된 체계는 아니었지만,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었다.
- 페이지(Page, 시동): 기사 가문이나 귀족 태생의 어린 소년(7세 경)이 시동이되어, 모시는 기사나 영주를 위해 잡일을 하는 단계다.
- 스콰이어(Squre, 종자): 페이지가 청소년기(14세 전후)가 되면 견습기사가 된다. 이를 스콰이어라고 한다. 스콰이어는 기사의 종자가 되어 그들의 무기, 갑옷을 손질하며 승마술, 무기 다루는 법을 배운다.
- 나이트 배철러 (Knight Bachelor): 기사 서임(21세 무렵)을 받은 가장 기본적인 단계의 하급 기사 혹은 평기사라고도 한다. 독립적인 전사로 활동했지만, 다른 기사들을 지휘할 권한은 없었다. 주로 상급 귀족이나 군주 밑에서 복무하며 개인의 무용(武勇)을 통해 명성을 쌓았다
- 나이트 배너렛 (Knight Banneret): 전장에서 뛰어난 용맹과 지휘력을 인정받아 자신만의 깃발(Banner) 아래 여러 명의 기사와 병사들을 이끌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상급 기사. 왕이나 총사령관에 의해 임명되었으며, 일반 기사보다 높은 명예와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배너렛 기사는 단순히 호봉이 높다고 승급되는 계급이 아니다. 전시에 전장에서 군주가 임명해야하는 한시적 직위이다.
- 그랜드 마스터 (Grand Master, 기사단장): 십자군 전쟁 시기 여러 기사단이 만들어졌는데, 대체로 이들 기사단의 최고지도자 즉 기사 단장(그랜드 마스터, grand master)이라고 칭하였다.
기사단의 병력 구성
중세 군대에서 기사는 전술의 핵심이었지만, 단독으로만 싸우지는 않았다. 하나의 기사 부대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는 경우가 많았다.
- 기사 (Knight): 중장갑으로 무장하고 전투마(Destrier)에 탑승한 핵심 전투원. 이들의 집단 돌격은 전장의 승패를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공격이었다.
- 종자 (Squire): 기사를 보좌하는 견습 기사. 전투 시에는 예비용 말과 무기를 챙기고, 기사가 낙마했을 때 돕거나 직접 전투에 참여하기도 했다.
- 보병 (Infantry): 창병, 검병, 궁병 등으로 구성된 보조 병력. 기사단의 돌격을 지원하거나, 방어 대형을 구축하여 기사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았다. 일반적으로 기사 1명당 2~3명 이상의 보병이 함께 움직였다.
- 궁병 (Archer/Crossbowman): 장궁이나 쇠뇌로 무장한 원거리 공격수. 적의 진형을 흐트러뜨리거나 기사들의 돌격을 엄호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이러한 편제를 '랜스(Lance)'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는 단순히 기병용 창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기사 1명을 중심으로 한 기본 전투 단위를 지칭하는 용어였다.
유명한 역사 속 기사단 목록
십자군 전쟁을 계기로 신앙을 수호하고 성지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종교 기사단이 창설되었다. 이들은 군사 조직이자 수도회의 성격을 동시에 지녔다.
- 성전 기사단 (Knights Templar): 가장 유명하고 강력했던 기사단. 성지 순례자 보호를 목적으로 창설되었으며, 금융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다.
- 성 요한 기사단 (Knights Hospitaller): '구호 기사단'으로도 불리며, 병자와 부상자 구호를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훗날 몰타 기사단으로 이어진다.
- 튜튼 기사단 (Teutonic Knights): 독일인들로 구성된 기사단. 주로 동유럽의 이교도와의 전쟁에서 활약했으며, 프로이센 지역에 기사단국을 세웠다.
- 성 라자로 기사단 (Order of Saint Lazarus): 나병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설립된 기사단.
- 칼라트라바 기사단 (Order of Calatrava): 이베리아 반도(스페인)의 레콩키스타 과정에서 활약한 기사단.
- 산티아고 기사단 (Order of Santiago): 스페인 레온 왕국에서 창설되어 무슬림과의 전투에 앞장섰다.
- 리보니아 검의 형제 기사단 (Livonian Brothers of the Sword): 현재의 발트 3국 지역에서 북방 십자군 활동을 벌였다.
- 성 토마스 기사단 (Hospitallers of Saint Thomas of Canterbury): 아크레 공성전 당시 창설된 잉글랜드계 기사단.
- 성 스테파노 기사단 (Knights of Saint Stephen of Tuscany): 지중해에서 해적과 싸우기 위해 창설된 토스카나 대공국의 기사단.
- 성묘 기사단 (Order of the Holy Sepulchre): 예루살렘의 성묘를 지키기 위해 창설된 가장 오래된 기사단 중 하나.
- 몬테사 기사단 (Order of Montesa): 성전 기사단 해체 후, 그들의 자산을 이어받아 아라곤 왕국이 창설했다.
- 가터 기사단 (Order of the Garter): 잉글랜드의 국왕 에드워드 3세가 창설한 최고 명예의 기사단. 아서 왕의 원탁의 기사를 모티브로 했다.
- 드래곤 기사단 (Order of the Dragon):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지기스문트가 오스만 제국에 맞서기 위해 창설.
- 아비스 기사단 (Order of Aviz): 포르투갈의 기사단으로, 레콩키스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 알칸타라 기사단 (Order of Alcántara): 스페인의 또 다른 주요 기사단으로, 칼라트라바 기사단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 그리스도 기사단 (Order of Christ): 포르투갈에서 성전 기사단의 후신으로 창설되었으며, 대항해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 황금양모 기사단 (Order of the Golden Fleece): 부르고뉴 공국의 필리프 3세가 창설한 유럽 최고 명예의 기사단 중 하나.
- 성 미카엘 기사단 (Order of Saint Michael): 프랑스 왕국의 루이 11세가 창설한 기사단.
- 도브린 형제단 (Order of Dobrzyń): 폴란드 지역에서 활동한 소규모 십자군 기사단.
- 성령 기사단 (Order of the Holy Spirit): 프랑스의 앙리 3세가 창설한 최고 명예 기사단.